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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방법에 대한 사도 바울의 교훈 연구-최영태 교수
    기독교 2014. 9. 2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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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방법에 대한 사도 바울의 교훈 연구(수정)
    - 인간의 윤리적 삶의 방법에 대한 통전적, 구조적 이해를 중심으로 -

    A Study on the Teaching of the Apostle Paul about the Method of the Christian Ethical Life
    - Focusing on the Holistic and Structural Understanding of the Method of Ethical Life -

    최영태(한국성서대학교 교수, 기독교윤리, Ph. D.)

    1. 서론

       한 사람이 그리스도인이 되었을 때, 그에게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이것은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과제라 할 것이다.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이 그에게 주어진 윤리적 삶의 과제를 바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자신의 삶의 목적을 바로 알아야 할 것이고, 그러한 삶의 이유와 방법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그의 삶의 목적과 이유와 방법을 잘 알려면, 그는 이 세상과 이 세상 속에서의 자신의 위치와 능력과 한계와 같은 자신의 정체성과 또한 이 세상의 현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이러한 모든 것들을 잘 알아야 한다. 한 마디로 인간의 윤리적 삶은 간단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이 모든 것을 생각해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은 더욱 복잡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그리스도인은 그의 삶의 전체 과정과 그 구조, 곧 그의 삶의 전체 과정에 있어서의 중요한 요소들과 그들 사이의 관계를 더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아니하면, 인간 삶, 아니 그리스도인의 삶의 복잡한 과정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맬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동안 특히 20세기 이후 기독교윤리학자들의 연구내용을 볼 때, 대부분 현대 세계의 실제적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의 제시나 의사결정 방법 또는 인격형성에 대한 단편적인 내용은 많으나,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과정 전체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제 요소들과 이들 사이의 관계를 고려한,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방법에 대한 통전적, 구조적인 이해에 있어서는 부족하였다고 보인다. 또한 1970년대 이후 활발해진 성서윤리의 경우, 대부분 성서가 가르치는 윤리적 삶의 내용을 주로 설명하는데 치중하였지, 이러한 성서윤리의 내용을 인간 삶의 통전적 구조와 관련시켜 분석해보고, 이를 현대세계의 삶 속에 적용하는 방법의 연구에 대해서는 소홀한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 논문은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전체 과정과 그 속에서의 중요한 요소들, 그리고 그 요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개괄적으로 고찰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전체 과정 속에서의 중요한 요소들과 그들 사이의 관계를 자세히 다 고찰한다는 것은 이 작은 논문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것이므로, 이 논문에서는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과정에 있어서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들과 그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기본적인 내용들을 봄으로써 그 전체적인 구조를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본 연구자는 이것을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방법에 대한 통전적(通全的, holistic 또는 integral), 구조적(構造的, structural) 이해라고 부르고자 한다. 여기서 통전적이란 전체적인 시각을 말한다. 곧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들을 고찰하되, 어느 한 요소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전체적인 구조를 먼저 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구조적이란 말은 인간의 윤리적 삶의 방법에 있어서 필요한 제 요소들과 그들 사이의 관계를 고찰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방법에 대한 통전적, 구조적 이해란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방법의 전체적인 구조와 그 안에 있는 제 요소들과 그 요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고찰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방법의 제 요소들이라고 하지만, 거기에 관련된 모든 요소들을 다 볼 수는 없고, 그들 가운데 중요한 요소들로서 빠뜨릴 수 없이 꼭 필요한 요소들을 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방법에 대해서 이와 같이 보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윤리적 삶의 제 요소들을 인간의 삶의 전체적인 구조 속에서 봄으로써 윤리적 삶의 각 요소들이 제 위치를 찾고, 또 제 역할을 바로 할 수 있게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논문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하나의 시도로서,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방법을 통전적, 구조적으로 이해하게 되면,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방법에 있어서 필요한 제 요소들과 그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어서, 윤리적 삶을 고려할 때 삶의 방향을 바로 잡고, 삶의 구체적인 방법을 계획하고 실천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본 논문은 먼저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방법에 대하여 찰스 카머가 말한 것을 고찰해 보고, 이것을 기초로 인간의 윤리적 삶의 전체적인 과정에 대한 개괄적 고찰을 한 후, 이러한 인간의 윤리적 삶의 방법에 대하여 성서 특히 사도 바울은 무엇을 말하는가를 보고자 하는 것이다.

    2. 찰스 카머(Charles L. Kammer Ⅲ)의 도덕전경(道德全景, Moralscape)에 대한 고찰

       여기서는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방법에 대해서 고찰한 최근의 기독교윤리학자들 중 찰스 카머가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방법에 대해서, 특히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전체적인 구조에 대해서 말한 것을 고찰하고자 한다. 그것은 그가 여러 기독교윤리학자들 중 비교적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전체적인 과정에 대해서 균형 있게 말하고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찰스 카머(Charles L. Kammer Ⅲ)는 그의 책 Ethics and Liberation: An Introduction에서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전체 과정을 도덕전경(道德全景, Moralscape)이라고 하면서 그 안에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포함시키고 있다: 세계관(Worldview), 충성(Loyalties), 규범과 가치(Norms and Values), 경험적 요소들(Experiential and Empirical Elements), 의사결정 방식(Mode of Decision-Making). 여기서 세계관이란 우리의 삶에 통일성을 주는 가장 포괄적인 해석의 틀(a comprehensive framework of interpretation)을 말하며, 충성은 정서적이며 의지적인 것으로, 사랑하는 것, 욕구하는 것, 바라는 것을 말한다. 결국 카머가 말하는 충성이란 인간이 정서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이것은 실제로 가치관을 말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카머는 가치(values)를 우리가 “욕구하는 것들”이라고 정의한다. 다시 말해서 인간이 구체적으로 욕구하는 것들 곧 구체적인 가치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규범(norms)은 행위의 규칙과 지침들이라고 한다. 이들 곧 가치들과 규범들은 다 인간의 도덕적 삶을 지도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들 사이의 차이는, 가치들은 인간이 잘 살기 위해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라고 한다면, 규범은 그러한 가치들을 실현하기 위해 규정한 행위의 지침들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가치들은 주로 행위의 목적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면, 규범은 행위의 목적과 함께 의무로서의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들과 규범들은 우리의 세계관과 충성(곧 가치관)의 의미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
       경험적 요소들은 우리가 그 안에서 우리의 인격을 형성하는 맥락을 제공하는, 외적인 세계, 관계들, 그리고 환경과 또 우리가 그 안에서 사는 사회를 말한다. 카머는 이 외적인 요소들이 두 가지 방법으로 도덕적 삶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하나는 우리의 세계관, 충성들, 규범들과 가치들을 개발하고, 시험하고, 도전하는 경험들을 제공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우리가 반응해야 하는 도덕적 상황들을 제공하고, 또한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도덕적 문제들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한다.
       카머는 의사결정에 있어서 전통적인 목적론적 방법과 의무론적 방법의 불완전함을 지적하고, 대신 리차드 니버(H. Richard Niebuhr)의 책임윤리(Ethic of Responsibility)의 방법과 이를 좀더 발전시킨 제임스 넬슨(James B. Nelson)의 방법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의사결정 방법을 설명한다. 그는 도덕적 행위란 대화에 참여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서, 책임적인 행위를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행동하는 맥락(the context)을 결정해야 하는데, 이 맥락을 크게 둘로 구분해 본다면, 하나는 우리의 상황을 세계관에까지 연결시켜 보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우리가 응답하는 직접적인 맥락 곧 경험적인 맥락에 연결시켜 보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창조자의 우주적이며, 영원한 활동을 이해해야 하며, 또한 우리가 직면한 상황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과 이웃들의 형편을 정확히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에 행위자의 성격을 고려해야 하는데, 곧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어떠한 동기(motives)와 의도(intentions, 곧 가치와 목표들)를 가지고, 또 규범들(norms)과, 선택 가능한 행위들과 그 행위의 결과들(the consequences of the actions)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기독교적 사랑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하며, 마지막으로 이러한 모든 것을 통한 행위 후에 다시 반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상으로 카머의 도덕전경을 간략하게 고찰하여 보았는데, 그는 윤리적 삶의 제 요소들을 비교적 전체적으로 그리고 균형있게 설명하고 있다고 본다. 그는 인격의 요소로서 세계관, 가치관(충성), 그리고 규범과 삶의 목적과 방법을 골고루 고려하고 있다. 그리고 실천에 있어서는 비록 의사결정이라는 한 가지 항목만 말하고 있지만, 이 항목 안에서 삶의 현실에 대한 분별과 이 현실 속에서 의사결정 곧 삶의 구체적인 목표를 결정하는 방법과 반성의 요소까지 비교적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실천에 있어서 의사결정 외에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좀 더 구체적인 방법과 과정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곧 의사결정만 잘 하면, 실천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데, 계획과 실천 등 실행의 측면을 좀더 구별해서 구체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3. 인간의 윤리적 삶의 방법에 대한 통전적, 구조적 이해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방법에 대하여 통전적, 구조적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인간의 윤리적 삶의 전체적인 과정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도 인간 삶의 전 과정 속에 있기 때문이며, 인간 삶의 전 과정 속에서 볼 때에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특수성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위에서 찰스 카머의 도덕전경에 대해서 고찰한 것을 기초로 하여 인간의 윤리적 삶의 전체적인 과정을 개괄적으로 고찰해 보고자 한다.
       인간의 윤리적 삶의 과정은 크게 인격형성과 실천적 삶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예수님은 일찍이 인간의 삶을 인격과 행위로 구분하여 다음과 같이 비유로 말씀하신 바가 있다.

    나무도 좋고 실과도 좋다 하든지 나무도 좋지 않고 실과도 좋지 않다 하든지 하라 그 실과로 그 나무를 아느니라 독사의 자식들아 너희는 악하니 어떻게 선한 말을 할 수 있느냐 이는 마음에 가득한 것을 입으로 말함이라 선한 사람은 그 쌓은 선에서 선한 것을 내고 악한 사람은 그 쌓은 악에서 악한 것을 내느니라

    곧 인간의 삶은 나무로 비유되는 마음 곧 그 인격(personality)과, 실과로 비유되는 행위 곧 언행을 포함한 실천적 삶(practical life)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는 나무와 실과와 같이 서로 긴밀한 관계가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스탠리 그렌츠는 그의 책 『기독교윤리학의 토대와 흐름』에서 규범윤리학은 크게 존재를 위한 규범윤리학과 행동을 위한 규범윤리학으로 구분할 수 있음을 말하는데, 이것은 곧 인간의 윤리적 삶을 존재 곧 인격형성과, 행동 곧 실천적 행위로 구분해 볼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삶의 과정은 자신의 인격적 성장, 성숙을 위한 과정 곧 인격형성의 과정과, 이 인격을 기초로 세상 속에서 그의 삶의 목적 곧 꿈과 이상을 실현해가는 실천적 삶의 과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전자는 인격형성의 과정으로, 그리고 후자는 삶의 실천 곧 실천적 삶의 과정으로 구분해서 고찰해 보고자 한다. 사람은 먼저 자신의 인격을 형성하고 그 인격에 따라서 행동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가. 인격형성
       이는 어떻게 살 것인가(doing)의 문제와 구별하여 어떠한 사람이 될 것인가 하는 됨(being)의 문제이다. 여기서 말하는 됨은 인격(personality)의 형성을 말하며, 이러한 인격형성(personality formation)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포함된다고 본다. 1) 세계관의 형성, 2) 가치관의 형성, 3) 삶의 목적 인식, 4) 규범의 인식, 5) 삶의 방법에 대한 이해, 6) 성품 형성(character formation) 등이다. 이 각 각의 내용에 대해서 좀더 고찰해 본다.
       1) 세계관의 형성: 세계관(world-view)은 이 세계에 대한 종합적이며 근원적인 인식이다. 이 세계 곧 자연과 인간과 역사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이 모든 것의 근원 곧 궁극적 실재 또는 신(神)에 대한 인식으로서 나 자신과 이웃과 사회에 대한 근원적 이해를 포함한다. 세계관은 또한 이 세계의 존재 이유와 목적에 대한 이해이기도 하다. 한 인간에게 있어서 또는 한 공동체에 있어서 세계관은 만남 곧 삶의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만남 곧 경험을 통해 이 세상에 대한 지식을 갖게 되며, 사람들이 이러한 경험 속에서 이 세상에 대한 근본적인 진리라고 인식하는 것이 그의 세계관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서 기독교세계관에 대해서 쓴 신국원은 그의 책 『니고데모의 안경』에서 세계관을 정의하기를, 세계관은 “세상에 대한 종합적 이해”이며, “세상과 인생에 대한 이해와 앎의 통합적 기초”라고 하면서, 이 세계관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는데, 하나는 세상과 삶에 대한 조망(view of the world and life)이며, 또 하나는 세상과 삶을 위한 조망(view for the world and life)이라고 한다. 그리고 전자는 ‘세상과 삶에 대한 이해’라고 한다면, 후자는 ‘비전’이라고 하는데, 이는 적절한 이해라고 본다. 그런데 때로는 세계관이 잘못된 사실, 또는 사실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기초할 수도 있으므로, 사람들의 세계관도 기본적 사실과 진실에 기초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비판적으로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세계관이 근본적 신념의 문제로서 삶을 인도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가치관 형성: 가치(價値, value)는 사람이 삶에 있어서 귀하게 여기는 것을 말하고, 가치관(價値觀, view of value)이란 사람이 그의 삶에서 무엇을 귀하게 여기고 중요한 것으로 보느냐 하는 생각 곧 견해를 말한다. 사람은 대개 그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것, 유익한 것, 곧 그의 삶에 필요한 것을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긴다. 사람의 삶에 필요한 것은 무수하다. 그 가운데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를 구별하여 그 중요성의 차이에 따라 체계화한 것이 가치체계(價値體系, value system)이고, 이러한 가치체계에 대한 견해 또는 생각이 곧 가치관이다. 사람은 자기 삶의 실현 곧 행복에 기여하는 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는데, 무엇이 행복이고, 또 무엇이 이 행복에 기여한다고 보느냐 하는 것은 그의 세계관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치들은 그의 삶의 목적이 되는데, 가치들 중에서 가장 큰 것이 그의 삶의 궁극적 목적(ultimate end)이 되고, 이 최고의 가치에 도움이 되는 중간적인 가치들이 근사치적 목표들(proximate goals)이 되며, 이러한 궁극적 목적과 근사치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매일의 삶에서 구체적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것들이 구체적 표적들(concrete targets)이 된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가치들은 또한 삶의 이유와 동기가 된다. 사람들은 이 가치를 실현하려고 살기 때문이다.
       3) 삶의 목적 인식: 사람이 이 세상에서 제대로 살려면, 삶의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사람은 자기가 해야 할 일 곧 삶의 목적이 분명해야만 책임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삶의 목적이란 사람이 그의 삶의 최고의 목표로 삼는 것 곧 삶의 최고의 지향점을 말한다. 사람들은 대개 그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곧 최고의 가치를 그의 삶의 목적으로 삼는다. 그런데 무엇이 최고의 가치냐 하는 것은 그의 세계관에 의해 결정되므로 결국 삶의 목적도 그의 세계관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삶의 목적에 대한 인식에는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객관적 목적이고, 하나는 각 사람이 자기의 삶의 목적으로 생각하는 주관적 목적이다. 하나는 이 세상에는 인간 삶에 대한 객관적 목적이 있어서 사람들은 다 이 목적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세상에 객관적 목적이란 없고 오직 사람들이 정한 목적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우와 같은 형이상학적 윤리와, 기독교와 같이 신 중심적 윤리의 경우이고, 후자의 예로서는 현대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삶의 목적에 대한 생각이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차이는 그의 세계관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전자와 같이 인간 삶에 객관적인 목적이 있다고 보는 것은 이 세계가 창조자에 의해 지어졌다고 보거나 그 자체의 객관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경우이고, 후자와 같이 객관적인 목적이 없다고 보는 것은 이 세상을 지은 자나 또는 이 세상 자체의 목적이 없다고 보는 경우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사람은 결국 자기가 정한 목적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사람은 자신의 세계관에 따라 가치의 체계를 형성하고, 이 가치 체계에 따라 그의 삶의 목적을 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삶의 목적은 윤리적 삶의 근거 곧 이유와 동기가 된다. 
       4) 규범의 인식: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갈 때 이 세상에는 삶의 법칙(法則) 또는 이치(理致)가 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 법칙을 따라야만 삶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삶의 법칙에는 하나님이 만드신 신의 법, 자연 질서로서의 법칙, 그리고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서 만든 인간의 규범이 있다. 규범은 삶의 규칙과 지침으로서 사람들의 행위를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규범에는 각 개인이 자신의 삶을 위하여 스스로 만든 것이 있는가 하면, 사회의 공동생활을 위하여 사람들이 만든 것이 있다. 대개의 경우 개인적 규범은 각 사람의 세계관과 가치관에 기초해서 그의 삶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만들어진다. 그리고 사회적인 규범은 대개 공동생활의 질서와 복지를 위하여 사회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규범은 삶 또는 행위의 기준으로서 복된 삶을 위한 지침이라고 할 것이다.
       5) 삶의 방법에 대한 이해: 이는 삶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를 알고, 또 그가 가진 자원들을 활용하는 방법을 아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자신의 지식과 재능과 능력과 기타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이웃과 협력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의 경우에는 인간 자신의 능력과 자원만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받고자 한다. 인간의 한계와 하나님의 도우심을 알기 때문이다.
       6) 성품 형성: 성품은 곧 삶에 대한 태도 또는 자세인데, 각 사람의 성품은 그의 세계관, 가치관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브루스 버취와 래리 라스무센은 성품(character)의 요소들로서 신앙과 지각(faith and perception), 그리고 성향과 의도(dispositions and intentions)를 말하며, 성품 형성(character formation)에 있어서 공동체 또는 사회의 역할을 강조한다. 성품은 전통적으로 덕(virtue)의 문제로 취급되어 왔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성품의 형성을 위해 훈련과 습관을 강조하였고, 열두 가지 주된 덕들에 대하여 말하였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믿음, 소망, 사랑을 강조하였고(고전 13:13 등), 또한 이와 같은 덕들이 하나님의 은혜로 형성됨과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를 강조한 것을 본다(갈 5:22,23).
       7) 인격형성의 방법: 이미 본 바와 같이 사람의 인격은 삶의 경험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볼 것이다. 곧 삶의 경험을 통해 이 세상과 자신과 이웃과 자연과 역사에 대해서 깨닫는 것을 통해 세계관을 형성하고, 이러한 세계관을 통해서 가치관을 형성하고, 또 이러한 가치관을 통해서 그의 삶의 목적을 인식하고, 또 삶의 기준인 규범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종합되어 그의 성품을 형성한다고 할 것이다.

       나. 실천적 삶
       사람이 현실 사회 속에서 그의 삶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doing)은 그의 인격을 형성하는 것(being)과는 다른 또 하나의 차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는 어떻게 윤리적 삶을 살 것인가 하는 실천적 삶(practical life)의 문제이다. 아무리 좋은 삶의 목적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이것을 삶의 현실 속에서 실현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어떻게 현실 속에서 윤리적 삶을 살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사람이 윤리적 삶을 살고자 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1) 자신의 정체성의 확인: 이는 자신의 세계관, 가치관, 삶의 목적과 기준과 방법, 그리고 성품을 확인하는 것이다. 사람이 이 세상에서 살아갈 때 먼저 자신이 누구인가를 분명히 알고, 특히 자신의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알고 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확인하지 못하면, 그는 현실의 삶 속에서 방향을 잃고 방황하게 되기 때문이다.
       2) 삶의 현실에 대한 이해: 사람이 자신의 삶의 목적을 실현하면서 제대로 살려면, 자신이 처해 있는 삶의 현실을 바로 알아야 한다. 자신이 처해 있는 삶의 현실을 바로 알지 못하고는 자신에게 부딪치는 문제들에 적절히 대응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먼저는 자신의 위치와 형편과 사정을 알아야 할 것이며, 다음에는 이웃의 형편과 사정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삶의 현실 속에서 자신과 이웃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확인하고, 그 원인을 분석해보아야 할 것이다.
          가) 자신에 대해서: 먼저 자신의 위치와 능력과 한계를 알아야 한다. 이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1) 이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와 책임과 의무와 역할을 알아야 할 것이다. 자신의 위치를 알아야만 그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와 역할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위치를 알려면, 먼저 이웃과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고려해야 할 관계의 대상으로는 하나님, 가정, 교회, 직장, 사회 등 그가 관련된 모든 관계를 고려해야 할 것이며, 그는 이러한 여러 관계들 속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러한 관계들 속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과 의무와 책임이 무엇인지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2) 자신의 필요와 능력과 한계를 알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능력이란 그가 가진 재능, 지식, 재산, 이웃과의 관계 등 그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말한다. 그가 가진 능력은 그의 목적 실현과 또 그의 의무수행에 가능성을 부여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목적을 가지고 있고, 또 그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더라도 그가 그것을 행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그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그의 목적 실현과 의무수행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다. 또한 그 자신의 필요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자신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고는, 자신의 목적을 실현할 수도 없고, 또 이웃을 도울 수도 없기 때문이다.
         나) 이 세상과 이웃에 대해서: 사람이 이 세상의 현실 속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대개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결정된다. 그러므로 그는 그가 관계하는 이웃의 형편과 사정을 잘 알아야 한다. 그는 그의 삶의 목적과 그가 해야 할 의무 속에서 그가 상대하는 구체적인 이웃의 형편과 사정을 알아야만, 그에게 꼭 필요한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그의 이상(삶의 목적과 기준 등)과 의무에 비추어 자신과 이웃과 세상이 처한 현실과 문제들을 파악하게 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현대 과학과 학문의 도움도 필요할 것이다.
       3) 구체적 목표 설정 및 계획: 삶의 현실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자신과 이웃의 문제점들을 발견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삶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삶의 목표들을 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가) 구체적 목표 설정: 사람은 자신이 처한 삶의 현실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여러 문제들을 발견했을 때에, 그의 삶의 목적과 가치관에 의해 각 문제들의 중요성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을 구체적인 삶의 목표로 정해야 할 것이다.
          나) 실행 계획: 자기의 구체적인 삶의 목표를 정했으면,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워야 한다. 목표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위해서는 삶의 규범을 지키면서도 이를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스도인은 이를 위해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는 기도가 필요할 것이다.
       4) 실천: 계획을 세웠으면, 이를 이루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힘과 능력과 자원을 동원하고 이웃과 협력하여 실천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웠어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5) 반성 및 새로운 시도: 실천 후에 또는 실천하면서도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것이다. 인간의 삶은 한 가지 계획의 실천으로 다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삶은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는 그의 삶의 궁극적 목적을 이루기까지 계속하여 그 자신의 삶의 결과와 내용에 대해서 반성하고, 또 이를 기초로 새로운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계속하여 이를 실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이러한 실천의 과정 속에서 새로운 경험과 깨달음을 얻게 되어 그의 세계관, 가치관 등 그의 인격 자체가 변화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4.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방법에 대한 바울의 교훈에 대한 이해

       그러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통전적, 구조적으로 이해한 인간의 윤리적 삶의 방법의 제 요소들에 대해서 사도 바울은 무엇을 말하는가? 여기서는 로마서를 중심으로 사도 바울이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방법에 대하여 말한 것을 인간의 윤리적 삶의 통전적, 구조적인 이해의 방법에 의하여 고찰해 보고자 한다.
      
       가. 그리스도인의 인격형성
       한 사람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윤리적 삶을 살려면, 먼저 그리스도인이 되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인격을 형성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그리스도인의 인격 형성은 한 마디로 그리스도를 닮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롬 8:29 참조). 바울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인격형성을 위해서는 먼저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함을 말한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들어야 하며(롬 10:17), 이 복음을 듣고 깨달을 뿐만 아니라, 이 복음을 믿음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말한다(롬 10:9,10). 그리고 사람이 복음의 내용인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믿을 때, 그는 죄사함을 받아 하나님 앞에 의인으로 인정받을 뿐만 아니라(롬 1-5장), 그는 새 사람이 되어 하나님의 뜻 곧 의를 행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을 말한다(롬 6-8장). 우리는 여기서 새 사람이 되는 것을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새로운 인격을 형성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새 사람으로서의 그리스도인은 어떠한 인격을 가지고 있는가? 그 내용을 세계관, 가치관, 삶의 목적, 삶의 기준, 삶의 방법 인식과 성품의 측면으로 구분해서 본다.
       1) 그리스도인의 세계관 형성: 위에서 세계관이란, 이 세상에 대한 기본적 인식을 말하는데, 그 내용을 하나님, 인간, 자연, 역사에 대한 인식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고 하였다. 바울에 의하면, 예수를 믿어 그리스도인이 된 사람은 이제 하나님이 계신 것뿐만 아니라, 그 하나님이 거룩하시고, 의로우시며, 사랑이시며, 삼위의 하나님이신 것을 알고, 믿는다. 한 마디로 기독교적 세계관 곧 신앙을 갖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하나님이 사랑으로써 우리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그 아들을 이 세상에 보내시고, 우리를 위해 그 아들을 대신 죽게 하신 것을 알고 믿는다(롬 5:8 등). 그리고 성령께서 그리스도인의 구원과 승리를 위해서 일하고 계심을 믿는다(롬 8장 등). 그리고 인간은 하나님의 피조자로서 모두가 죄로 말미암아 죽게 되었으나(롬 1:18-3:20), 이제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을 얻게 된 것을 안다(롬 3:21-8:39). 그리고 자연도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현재 고난 가운데서 하나님의 자녀들의 영광의 자유에 이르기를 고대하고 있는 것을 안다(롬 8:19-22). 그리고 그는 하나님이 역사를 주관하시며, 그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곧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기 위해서 일하고 계심을 믿는다(롬 2:1-16; 5장, 6-8장; 9-11장; 13장 등). 한 마디로 그리스도인의 세계관은 기독교 신앙의 내용인데, 그가 이러한 세계관을 갖게 되는 것은 하나님의 계시의 말씀인 복음을 듣고 깨달음으로써이다(롬 10:17). 따라서 그는 이러한 세계관에 있어서 더욱 완전하고 충만한 지식에 이르도록 계속하여 말씀을 듣고, 배우며, 성령의 도우심을 받아야 할 것이다. 성령이 이 모든 것을 또한 가르쳐 주시기 때문이다(롬 8장; 고전 2장 참조). 그리고 그리스도인은 이러한 신앙적 지식 곧 기독교적 세계관에 있어서 성장해 감에 따라, 그의 인격이 성장하여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을 더욱 닮아가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롬 8:28-30; 엡 4:13 참조).
       2) 새로운 가치관의 형성: 가치관은 무엇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가의 문제이다. 이것은 곧 충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바울은 그리스도인들이 새로운 가치관을 가져야 함을 말한다(롬 12:1,2 등 참조). 전에는 이 세상만 바라보고 이 세상에 있는 것들을 최고의 가치로 알고 살았으나, 이제는 변화되어 새로운 세계관 곧 하나님과 자연과 역사와 이웃과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기초로 새로운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곧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보고(골 3:1), 하나님의 나라에 속한 것들(롬 14:17 등)을 귀하게 여기며, 이것을 위하여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에 속한 것들 곧 영생, 하나님의 의와 자유와 평화와 사랑이 더 귀한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롬 5장 등 참조). 하나님은 모든 것의 근원이 되시기 때문이다(롬 11:36 등). 그러므로 그는 하나님과 그의 말씀,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에 속한 것들을 가장 귀한 가치로 여기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롬 1:16,17; 2:6-10; 롬 5장; 6-8장 등 참조).
       3) 새로운 삶의 목적의 인식: 바울은 그리스도인의 삶의 목적은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것 곧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며, 하나님의 뜻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한다(롬 12:1,2 참조). 전에는 이 세상에서 잘 사는 것이 삶의 최대의 목적이었으나, 이제는 새로운 삶의 가치체계를 갖게 되었으므로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 하나님의 영광과 뜻을 이루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하나님이 인간을 지으시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하신 목적이고, 또한 이것이 최고의 가치인 줄 알기 때문이다(롬 6:1-23 참조). 그것은 좀더 구체적으로 그리스도를 닮는 것과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사는 것이다(롬 8:1-39 등). 바울은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이제 삶의 목적은 이 세상에서의 행복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위하여 사는 것이며(롬 8:17-25; 14:7,8; 14:17), 그리고 부활과 영생이라는 것이다(롬 5장; 8장 등).
       4) 새로운 삶의 기준 인식: 바울은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삶의 기준은 진리요, 곧 율법이라고 한다(롬 2장). 유대인에게는 성문 율법이 주어졌고, 이방인에게도 양심에 새겨진 율법이 있음을 말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이 하나님의 율법에 의해서 심판을 받음을 말한다(롬 2:6-16). 그리고 그 율법의 내용은 사랑이며(롬 13:8-10), 의이다(롬 6장; 13:11-14 등). 전에는 이 세상에서 잘 살기 위해서 세상의 가치와 기준에 따라서 살았으나, 이제는 하나님이 세우신 질서 곧 삶에 대한 하나님의 기준을 발견하고 이에 따라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5) 새로운 삶의 방법 인식: 바울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말하기를, 전에는 자신의 힘과 노력 그리고 자신의 지혜만 의지하여 살았으나, 이제는 인간의 죄와 한계를 깨닫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받아 하나님과 함께 살아야 한다고 한다(롬 6-8장 참조). 이제는 하나님을 앎으로 자신의 부족과 함께 하나님이 함께 하심과 도우심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이제 삶의 방법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이다(롬 8장). 인간은 자기 자신의 능력으로 죄를 이기고 선을 행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롬 7장). 이제 그리스도인은 자기 자신을 의지하지 않고, 믿음으로 성령을 좇아 행해야 한다(롬 8:1-14).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며, 승리하는 삶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6) 새로운 성품 형성: 그리스도인이 새로운 세계관, 가치관, 삶의 목적과 기준과 방법을 갖게 될 때에 그의 성품도 변하여 그리스도를 닮은 성품을 갖게 된다. 바울은 이러한 성품은 회개와 성령의 역사로 이루어지게 된다고 한다(롬 8:28-30; 갈 5:22,23 참조). 그리스도인은 이제 예수님의 성품을 닮는 삶을 살아야 한다(롬 8:29 참조). 이러한 성품은 그의 신앙이 성장함으로써 이루어지는데, 하나님은 이를 이루기 위해서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신다(롬 8:28-30 참조). 신앙이 성장한다는 것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기독교적인 지식이 성장하여, 그의 세계관이 풍부해지고, 그의 가치관, 삶의 목적, 기준, 방법에 대한 인식이 확고해지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엡 3:14-19; 골 2:6-7 등 참조). 바울은 이러한 그리스도인의 인격의 형성과 성장이 믿음과 순종 가운데 하나님의 도우심과 성령의 역사로 이루어짐을 말한다(갈 5:22-23 등).

       나. 그리스도인의 실천적 삶
       위에서 그리스도인의 실천적 삶에는 정체성 확인과 현실 분별, 구체적 목표의 설정, 실행 계획과 실천, 반성과 새로운 시도의 요소가 있음을 보았다. 그러면, 이러한 제 요소들에 대해서 바울은 무엇을 말하는가?
       1) 그리스도인의 정체성 확인: 이것은 그리스도인이 자기 자신을 살펴 자신의 위치와 능력과 한계를 확인하는 것이다. 바울은 거듭하여 그리스도인들에게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 것을 촉구한다. 특히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롬 5-8장), 그리고 이웃과의 관계에서(롬 12-15장 등) 자신이 어떠한 위치에 있으며, 어떠한 존재인가를 알 것을 말한다. 자신의 세계관, 가치관 삶의 목적, 기준, 방법에 대한 인식과 성품이 그리스도인으로서 합당한가를 점검할 것을 말한다(롬 8장 등).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에서 살아갈 때 자신이 누구인가를 분명히 알고, 특히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알고 사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하나님의 자녀이며, 또한 새 사람이 되어 죄와 죽음의 세력에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뜻을 행하며 살 수 있고, 또 그와 같이 살아야 하는 하나님의 일군임을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롬 6장 참조).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믿어 하나님의 자녀임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인식하지 못하여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함을 볼 때, 이러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의 확인은 참으로 중요하다고 본다.  
       2) 삶의 현실 분별: 바울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과 이웃이 처한 삶의 현실을 바로 알고, 이에 대해서 신앙에 입각해서 적절하게 대처해야 함을 말한다(롬 12-15장 등). 이를 위해서 그리스도인은 가) 먼저 자신이 처한 위치와 능력과 한계를 분별하는 것이 필요한데(롬 12:3-13 등 참조), 이에는 하나님과 자신과 이웃(가정, 교회, 직장, 사회, 국가, 세계 등)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의무와 책임과 역할을 분별하는 것과 자신의 능력 곧 자신의 은사, 재능, 자원과 한계를 바로 분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한다(롬 12:3-13 등). 나) 다음에는 자신이 속한 이웃의 현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롬 12-15장 참조). 이웃을 위하여 섬기는 삶을 살려면, 구체적으로 그들이 처한 현실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바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바울은 로마서는 14장에서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특히 믿음이 강한 자와 약한 자들 사이의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적 차원에서 제시하고 있다.
       3) 삶의 구체적 목표 설정: 사람이 자신의 위치와 책임과 의무를 발견하고, 또 이웃의 상황을 바로 이해하고, 문제들을 발견하고 그 원인을 발견하게 되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또 자신의 삶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자기 삶의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현실에 대한 이해에서 파악된 문제들에 대해서 삶의 규범들을 참고하고 그의 삶의 목적과 가치관에 따라 구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의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되, 이때 그리스도인은 또한 하나님의 지혜와 도우심을 구해야 할 것이다(엡 5:15-17 등 참조). 그리고 이와 같이 설정된 목표들은 자기 삶의 구체적인 사명 또는 과제가 될 것이다. 바울은 그리스도인들이 그들의 삶의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일할 것을 가르친다(롬 12:1-13 등).
       4) 삶의 계획 수립: 사람이 자기 삶의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으면, 그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러한 계획에 있어서는 여러 문제들의 중요성과 절차에 따라 순서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러한 목표들의 수행을 위해 어떤 자원들과 어떤 사람들의 협력이 필요한지를 고려하고,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 계획들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바울은 그리스도인들이 삶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일할 것을 말한다(롬 12-15장 참조). 그리고 이러한 계획을 세우는 데는 지혜가 필요한데, 바울은 또한 그리스도인들이 지혜를 얻기 위하여 하나님께 구할 것을 말한다(엡 6:10-20 등).
       5) 실천: 삶의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의 실현을 위한 계획을 세웠으면, 이를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천에는 구체적인 시간과 힘과 자원을 투자하는 헌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상황의 변화에 신속하고도 민감하게 잘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이 다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속하여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기도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자는 여호와”이신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잠 16:9 참조). 바울은 거듭하여 그리스도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헌신하여 하나님께 순종함으로 실천적 삶을 살 것을 강조한다(롬 6장; 빌 2:5-11 등).
       6) 반성 및 새로운 시도: 실천 후에 또는 실천의 과정에서 계속 삶의 목적과 기준 그리고 현실에 대한 이해와 목표 설정과 계획, 실천에 있어서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이에 따라 필요한 것들을 수정하여 새롭게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울은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그의 삶과 계획에 대한 반성과 수정과 새로운 시도를 계속할 것을 말한다(롬 12-15장 등). 경우에 따라서는 현실에 대한 이해와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과 실천의 내용뿐만 아니라, 세계관, 가치관, 목적, 기준, 방법까지도 수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런 실천과 반성의 과정을 통해서 그의 인격도 계속 변화되어 성장 성숙하여야 한다는 것이다(롬 8:28-30 등).

    5. 결론

       이 논문은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방법에 대한 통전적, 구조적 이해를 도모하였다. 이를 위하여 이 문제에 대하여 연구한 최근의 기독교윤리학자들 중 특히 찰스 카머의 도덕전경에 대해서 고찰하여 보았고, 이를 통하여 먼저 인간의 윤리적 삶의 전체적인 과정과 그 과정 속에서의 중요한 요소들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에 대하여 간략하나마 사도 바울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로마서에 나타난 윤리적 교훈을 중심으로 고찰하였다. 그 결과 발견한 것은, 1)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은 인격형성과 실천적 삶으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2) 인격형성에는 세계관, 가치관의 형성과 삶의 목적, 기준, 방법의 이해와 성품 형성의 요소들이 있으며, 3) 실천적 삶을 위해서는 자신의 정체성의 확인 곧 자신의 삶의 목적의 확인과, 현실분별, 그리고 삶의 구체적인 목표의 설정과 계획, 그리고 실천과 반성 및 새로운 삶의 시도 등이 있음을 보았다. 그런데, 이러한 기본적인 삶의 틀은 그리스도인이나 일반인이나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으나, 그 내용에 있어서 그리스도인과 일반인 사이에 차이가 있음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주된 차이는 바로 세계관의 차이 곧 살아계신 하나님에 대한 신앙의 차이에 있음을 보았다. 곧 살아계신 하나님에 대한 신앙의 차이가 세계관의 차이를 가져오고, 또 세계관의 차이가 가치관의 차이를 가져오고, 또 이러한 가치관의 차이가, 삶의 목적과 기준과 방법에 차이를 가져오며, 또한 성품의 차이를 가져온다. 한 마디로 신앙의 차이가 인격의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삶 곧 실천적 삶에 있어서도, 이러한 신앙의 차이가 결국은 현실의 이해에 대한 차이를 가져오고, 또 구체적 삶의 목표와 계획, 그리고 실천 등 모든 면에 있어서 차이를 가져오는 것을 본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이 참으로 자신과 이웃을 변화시켜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고자 한다면, 그는 먼저 자신의 신앙을 새롭게 해야 할 것이고, 그리고 이 신앙이 구체적으로 인격의 제요소들과 나아가서 실천적 삶의 제 요소들까지 변화시키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참된 신앙은 복음에 대한 체험을 통해 주어짐을 생각할 때 체험적 신앙교육의 중요성을 보게 되며, 또한 그리스도인의 신앙이 삶의 실천에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의 전체적인 과정과 방법에 대한 통전적, 구조적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게 된다. 
       다만, 이 논문은 주로 문헌연구로서 기독교윤리학자들과 성서의 내용을 비교 검토하는데 집중하였으나, 이 문제의 보다 더 현실적이고 심층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이 문제와 관련된 현대 과학과 기타 학문의 최근의 연구결과들을 더 고찰해야 할 것이다. 이 논문은 하나의 시도인 바,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한 보다 더 다양하고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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